현행 민사집행법 하에서는 채무자(혹은 부동산 소유자)가 배당채권자를 상대로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 집행력있는 정본(확정판결 등)을 가진 채권자에 대하여는 청구이의, 집행력있는 정본이 없는 채권자(저당권자, 소액임차인 등)에 대하여는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구법(2002년경 법 개정 이전) 하에서는 집행력있는 정본이 없는 채권자에 대하여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해야 한다 vs 채권확정의 소를 제기해야 한다로 의견이 나뉘어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근저당권자의 채권에 대하여 다투고 있었는데, 어느 방법을 취하여야 할지 불확실하므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 + 배당이의의 소 +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 모두를 제기했나 봅니다.
결과적으로는 배당이의의 소가 인정되었습니다. 차례대로 보겠습니다(사실관계는 계약 해석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부분이 있어 간추려서라도 써놓았습니다. 생략하셔도 됩니다).
목차
사실관계
- A는 피고로부터 합계 금 250,000,000원을 차용하고, 차용금에 대한 담보로 A 발행의 당좌수표 또는 C 발행의 당좌수표를 피고에게 교부하였다.
- C이 부도처리되자, A는 C 발행의 당좌수표를 회수하고 A 발행 당좌수표(액면 금 110,000,000원)를 피고에게 새로 교부
- 피고가 위 대여금의 변제를 독촉하자 A는 변제기의 유예를 요청하면서 대신 물적 담보를 제공하겠다고 제의하였고, 피고가 이를 받아들여 원고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금 225,000,000원, 근저당권자 피고, 채무자 A, 근저당권설정자 원고로 하는 근저당권설정계약이 체결되고 등기 마침
- 위 근저당권설정계약서 제1조에는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기왕·현재 부담하고 있거나 장래 부담하게 될 차용금 채무 및 어음금 또는 수표금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한다고 기재
- 피고는 근저당권설정등기 이후 A에게 130,000,000원 추가 대여하였다.
- A가 부도처리되자, 피고는 경매를 신청하여 경매절차가 개시, 원고는 근저당권설정등기의 피담보채무 중 미변제액이 금 119,981,370원이 남아 있다고 주장하면서 동 금원을 변제공탁. 피고는 위 공탁금이 일부 변제금이라는 이의를 유보한 채 이를 수령
- 경매절차가 진행되어 낙찰되었고, 낙찰인이 그 대금을 완납하여 배당절차가 개시
- 집행법원은 낙찰대금에서 경매 비용 등을 공제한 금 319,026,613원을 배당하면서, 피고가 제1순위 권리자이나 잔존 채권액이 105,018,630원으로 인정된다고 하여 위 금원을 피고에게 배당, 나머지 금 214,007,983원을 잉여금으로서 소유자인 원고에게 배당하는 것으로 배당표를 작성하였다.
원고의 주장 및 원고가 제기한 소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는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한 후 추가로 차용한 돈에 대한 것에 한정되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증채무는 위 29,345,296원을 초과하는 부분은 존재하지 아니한다.
채무부존재확인의 소 제기
그런데 집행법원은 105,018,630원을 원고에게 배당하는 것으로 배당표를 작성하였으니 이는 잘못된 것이므로, 원고의 보증채무가 위 인정 범위를 초과하는 부분은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내용의 확인 판결을 구한다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 제기
나아가 피고는 원고에게 정당한 배당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원에 대한 배당금 출급청구 채권을 원고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고, 그 반환의 방법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출급청구 채권을 양도하고 그 양도통지 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배당이의의 소 제기
원고는 피고의 잔존 채권액이 금 28,470,243원 뿐이라며 위 배당절차에서 이의를 진술하고, 피고를 상대로 배당이의 소를 제기하여 다른 법원에서 현재 계속중이다(다른 법원에서 제기하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 부존재확인청구는 부적법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의 적법 여부
확인의 소는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 위험이 있고,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그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가장 유효, 적절한 수단일 때에 허용되는 것이다.
잘못 작성된 위 배당표의 시정을 구하는 원고로서는 배당기일에 출석하여 이의를 진술하고 피고를 상대로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여 그 판결 결과에 따라 배당표를 경정받는 것이 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유효 적절한 방법이고 또 그로써 충분하다고 할 것인데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고 별도로 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있으므로 이는 부적법하다.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여야 / 제기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여야
(이 판결 당시에는 배당이의의 소 vs 채권확정의 소에 대하여 의견대립이 있었으나, 현행법하에서는 채무자가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여야 합니다. 이 판결에서도 이 법원은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는 것이 맞는 방법이라고 보았습니다)
가사 부동산의 소유자 또는 채무자에게 근저당권자를 상대로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할 원고 적격이 없다고 하여도, 그들이 정당한 배당액을 초과하여 배당을 받은 근저당권자 등 채권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므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는 어느 모로 보나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부당이득 반환 청구의 적법 여부 – 배당이의와 청구원인 동일
원고의 이 사건 부당이득반환 청구는 결국, 피고는 정당한 배당금을 넘는 금액을 배당받음으로써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정당한 배당금 수령권자인 피고에게 손해를 가하였으니, 피고는 피고가 얻은 부당이득인 위 배당표 기재 금액과 정당한 배당금과의 차액에 대한 배당금 출급청구 채권을 원고에게 양도하라는 것으로서, 이는 원고가 배당이의 사건에서 청구원인으로 주장하는 내용과 동일한 것이라 할 것이다.
배당이의의 소와 부당이득반환 청구의 상호 관계
배당이의의 소의 본안 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이의가 있었던 배당액에 관한 실체적 배당수령권의 존부의 판단에 기판력이 생기고, 위 배당이의의 소에서 패소의 본안 판결을 받은 당사자가 그 판결이 확정된 후 상대방에 대하여 위 본안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배당액이 부당이득이라는 이유로 그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는, 전소인 배당이의의 소의 본안 판결에서 판단된 배당수령권의 존부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있어서 선결문제가 된다고 할 것이므로,
배당이의의 소가 계속중일 때 부당이득반환의 소가 별소로 제기된 경우에도 두 사건 판결의 모순·저촉을 방지하기 위하여 후소는 중복제소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
가사 원고가 제기한 배당이의가 부적법하더라도, 부당이득반환청구는 여전히 중복제소
다만, 원고가 제기한 위 배당이의의 소가 적법한지의 점에 대하여는 앞에서 본 것과 같은 견해의 대립이 있으나, 가사 위 배당이의의 소가 원고 적격이 없는 자에 의해 제기된 부적법한 소라고 하여도, 중복제소금지는 소송 계속으로 인하여 당연히 발생하는 소송요건의 하나로서, 이미 동일한 사건에 관하여 전소가 제기되었다면 설령 그 전소가 소송요건을 흠결하여 부적법하다고 할지라도 후소의 변론종결시까지 취하·각하 등에 의하여 소송 계속이 소멸되지 아니하는 한 후소는 여전히 중복제소금지에 위배된다고 할 것이다
사견(요약)
결국, 배당기일에 배당이의를 할 수 있었다면 배당이의만, 배당기일에 배당이의를 하지 못하였다면 오직 배당금교부청구권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대리인이 무척 신중하게 진행한 사건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