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기일에 이의를 하지 않은 채권자가 권리를 구제받기 위해서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아직 배당금 수령 전(공탁된 경우)이라면, 상대방과 국가 사이에 배당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배당금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기는 한데, 결과적으로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합니다. 이에 대하여 보겠습니다.
목차
사실관계
- 원고는 1993. 3. 2. 소외 A와 사이에 그 소유 명의의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자를 원고, 채무자를 소외 B, 채권최고액을 금644,000,000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위 계약에 따라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친 후 1993. 3. 3. 위 B에게 금 460,000,000원을 대여(A가 물상보증을 하고 B가 금전을 차용한 관계였습니다)
- 위 B이 위 차용금채무를 변제하지 아니하자,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임의경매를 신청하고, 원고가 1994. 5. 17. 이 사건 부동산을 경락
- 피고는 이 사건 부동산의 임차인 행세. 피고는 위 경매절차에서 1992. 4. 25.자로 위 A과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의 일부에 관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하여 그 계약서상에 1992. 5. 25.자로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으로서 그 권리를 신고하고, 위 계약서상에 기재된 금 200,000,000원의 임차보증금반환채권에 관하여 배당요구
- 그 밖에 배당요구된 채권은 원고의 위 대여원리금채권 금 548,130,958원, 소외 종로구청장의 조세채권 금 709,880원, 소외 C의 같은 일자 확정일자부 임차보증금 채권 금 14,000,000원, 소외 D의 같은 채권 금 9,000,000원
- 이에 위 법원은 1994. 6. 27. 위 경매절차의 배당기일에 이 사건 부동산의 경락대금 305,000,000원 중 집행비용 금 8,145,440원을 공제한 나머지 실제 배당할 금액 금 296,854,560원에 관하여 제1순위로서 피고 및 위 C, D에게 위 각 임차보증금액을,
- 제2순위로서 소외 종로구청장에게 위 금 709,880원을, 제3순위로서 원고에게 금 73,144,680원을 각 배당하는 배당표를 작성
- 원고는 위 배당기일에서 위 배당표에 대한 이의를 진술하지 아니함
- 원고는 1994. 7. 13. 피고를 채무자, 소외 대한민국을 제3채무자로 하여 서울지방법원 세입세출의 현금출납공무원이 보관하고 있는 피고의 대한민국에 대한 위 배당표에 의한 금 200,000,000원의 배당금채권 가압류
- 이 사건 부동산의 실제 소유자는 피고의 남편인 소외 윤공노이거나 피고로서 그 소유명의만을 위 A에게 신탁한 것에 불과하여 위 A과 피고 사이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통모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무효 혹은 무상거주에 불과 : 200,000,000원의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은 존재하지 아니함
- 따라서 피고의 대한민국에 대한 금 200,000,000원의 배당채권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판단
제1심 법원의 판단 – 확인의 이익이 있다
배당절차가 종료되면 원칙적으로 배당채권의 부존재 확인을 구할 이익이 부존재
임의경매의 배당절차에 있어 배당법원이 작성한 배당표에 대하여 이의가 있는 경우 채권자나 채무자는 배당기일에 출석하여 이의를 제기하여야 하고 배당기일에 채권자 또는 채무자로부터 이의신청이 없거나 이의신청이 있었으나 그 이의가 합의, 이의의 철회, 배당이의의 소 제기증명의 미비, 배당이의소송의 종결 등으로 완결되어 배당표가 확정되면 법원이 그 배당표에 기하여 채권자들에게 배당액을 지급함으로써 배당절차는 종료되어 다른 절차에서 그 배당채권의 부존재확인을 구할 이익이 없다
배당액이 지급되면 채권은 실현되겠지요. 그 경우에는 금전 자체(수령한 배당금)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여야지, 부존재확인소송을 하여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가압류로 인하여 절차 종결 안 됨
이 사건의 경우에 있어서는 원고가 피고의 배당금지급청구권을 가압류하여 그 교부금이 현실적으로 배당법원의 보관하에 있는 이상 아직 대금교부절차가 종결되지 아니하였다 할 것
원고가 미리 가압류를 했군요. 이를 위해서라면 배당기일 전부터 상대방에게 배당금이 인정될 것이라는 계산이 서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배당표 비치되고 3일만에 가압류가 인용될 수는 없겠지요. 그런데 사안을 보면 배당기일이 6. 27. 인데 가압류는 7. 13. 결정난 것 같습니다(왜 그동안 수령을 하지 않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지 못하게 된 마당에 부존재 확인의 소가 유일한 구제 수단처럼 보임
배당기일에 이의의 진술을 하지 아니하여 배당이의의 소로써 피고의 배당채권의 부존재를 다툴 수 없게 된 원고로서는 그의 채권에 우선하는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주장하는 피고를 상대로 그 주장의 채권이 존재하지 아니함의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는 것이 유일한 구제수단이 된다고 할 것이고,
고등법원과 대법원은 다르게 보았습니다.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채권(배당금지급청구권)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승소하면 다시 배당 요구할 수 있으므로 유효 적절한 수단
이 사건 소에서 승소가 확정되면 그에 따라 위 배당절차에 있어 피고의 배당요구가 배척되고 다시 정당한 배당을 구할 수 있게 되어 결국 이 사건 소는 이 사건 분쟁을 해결함에 있어 유효 적절한 수단이 된다고 할 것이므로, 확인의 이익이 있음
역시 고등법원과 대법원은 다르게 보았습니다. 배당금지급청구권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가 더 유효 적절하다고 하였지요.
제2심 법원의 판단(대법원이 인정한 판단)
채권도 하나의 재산이므로 채권을 갖는 것 만으로 이득이 되고 수익이 됨
채권도 물권과 같이 재산의 하나이므로 그 취득도 당연히 이득이 되고 수익이 되는바, 원심 판시와 같이 피고의 위 A에 대한 금 200,000,000원의 임차보증금채권이 존재하지 아니함에도 배당표에는 위 채권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정되었다면, 피고는 법률상 원인 없이 대한민국에 대한 위 금액 상당의 배당채권을 취득한 것이 되어 부당이득이 성립한다.
채권과 금전 자체를 혼동하기는 쉬우나 엄연히 다릅니다. 금전은 말 그대로 손에 돈을 쥐고 있는 것이고, 채권은 앞으로 손에 쥐게 될 권리입니다.
확인의 소는 유효 적절한 수단이 될 때에만 제기할 수 있음
그리고 확인의 소는 반드시 원고, 피고간의 법률관계에 한하지 아니하고, 원고, 피고의 일방과 제3자 또는 제3자 상호간의 법률관계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나, 그러한 법률관계의 확인은 그 법률관계에 따라 원고의 권리 또는 법적 지위에 현존하는 위험, 불안이 야기되어 이를 제거하기 위하여 위 법률관계를 확인의 대상으로 삼아 원고, 피고간의 확인판결에 의하여 즉시로 확정할 필요가 있고, 또한 그것이 가장 유효 적절한 수단이 되어야 확인의 이익이 있음
확인의 소는 언제나 확인의 이익이라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령 ‘계약 내용대로 돈 줘’라는 소송을 제기하면 되는 것이지, ‘계약이 유효하다고 확인한다’는 소송을 제기하면 안된다는 것이지요.
이 사건의 경우는 부존재 확인 소송 승소하더라도 원고 권리 확정 안됨
이 사건 소는 그에 대한 판결이 있다 하여도 그 판결로 인하여 원고의 권리가 확정되는 것도 아니어서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적 지위에 현존하는 위험이나 불안정을 제거할 수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판결이 확정된다고 하면, 원고가 권리가 있다고 인정되는게 아니라 피고가 권리가 없다고 인정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곧바로 부당이득반환(배당금 청구권에 대하여) 청구하는 것이야말로 유효 적절한 방법
이 사건에 있어 원고가 손실자로서의 권리 또는 그 지위의 불안, 위험을 해소시키기 위하여는 곧바로 피고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의 소를 제기함으로서 근본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유효 적절한 방법이 있음에도(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이득자가 아직 그 채권을 추심하지 못한 경우에는 손실자는 채권의 이득자에 대하여 그 채권의 반환을 구하여야 하고 그 채권 가액에 해당하는 금전의 반환을 구할 수는 없으며, 이는 결국 부당이득한 채권의 양도와 그 채권양도의 통지를 그 채권의 채무자에게 하여 줄 것을 청구하는 형태가 된다 할 것이다.) 이러한 방법이 아닌 이 사건 청구취지와 같은 내용의 확인을 구하는 것은 확인의 이익이 없다 할 것이다.
채권 자체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하는 것이, 피고의 채권이 부존재한다고 주장하는 것보다 더 유효 적절한 수단이라는 것이지요.
사견
기존 대법원 판결의 방론
사실 기존의 대법원 판결에서 부존재확인의 소송의 방식을 취하는 것이 맞다는 취지의 방론이 있었습니다.
무권리자를 상대로 그가 그와 같은 권리가 없다는 확인을 구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그가 무권리자임을 증명하고 경매법원에 대하여 그 시정을 구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피고들의 현실적으로 그만한 금액을 이득한 것을 전제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91다1578)
그런데 이 판결에서는 ‘확인을 구하는’방법으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배당금지급청구권부존재확인소송과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은 취지가 달라
그런데 부존재확인의 소송에서 승소하면 추가배당(모든 채권자에게 일부씩 배당되도록)을 하게 되어 다른 채권자들에게도 안분하여 돌아갈 것이고, 부당이득반환청구에서 승소하면 재배당(원고에게만 모두 배당)을 하게 되어 원고가 모든 이득을 취하게 될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한다면 두 소송의 법률 효과가 다르게 되는 것입니다. 두 방법 중 원고에게 경제적 이득이 큰 방법을 취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이를 비난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부존재확인소송이 의미가 있는 경우
가령 두 소송은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습니다. 부존재확인의 소송을 통하게 되면, 피고의 배당금이 원고가 충족시키기를 원하는 잔여 채권액보다 큰 경우에도 부존재확인의 소송을 제기하여, 추가배당을 통해 다른 채권자들도 일부 만족을 얻고, 원고도 자기의 잔여채권액의 범위에서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부당이득반환청구만 가능하다고 보면 이러한 소송은 불가할 것입니다.
부존재한다고 주장하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양도하라고 하는 것은 모순
배당표 자체는 실체법적인 권리와 무관하고 배당사무의 편의를 위한 것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배당표에 기재된 가장채권자를 상대로 권리를 행사하는데, 이 가장채권자가 국가를 상대로 가지고 있다고 (가장채권자가 주장)하는 배당금지급청구권을 반환하라고 청구하는 것은, 그 배당금지급청구권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즉, 원고의 주장은 피고의 배당금지급청구권이 부존재한다는 것(허위로 작출해낸 것)에 기반하고 있는데, 이를 원고에게 양도하라고 한다는 것은 배당금지급청구권의 존재 사실을 전제하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약간 의문이 들기는 하는데 좀 더 연구해 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