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거래 없이(물건을 사지 않고) 신용카드를 긁은 다음에 결제대금의 80퍼센트 정도를 받는 카드깡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결제를 하긴 하되, 그 목적이 자금 융통인 경우가 있습니다. A의 신용카드를 받아서, B가 물건 사는 것을 결제해주고, B에게 현금으로 받아서, A에게 주는 방식입니다. 그 과정에서 브로커는 일부 수수료를 받겠지요.
이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입니다. (고등법원에서 유죄로 인정하였으나 이를 파기하였습니다.)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도11504 판결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
목차
사실 관계
- 피고인 2는 카드깡 브로커로부터 신용카드 거래를 가장하는 거래를 하자고 제의받음
- 그 내용은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돈 빌려주고 수수료 수입을 얻는 것
- 피고인 2는 등기 업무를 하는 피고인 1에게 구체적인 카드깡 방식 제의
- 그 내용은 등기 의뢰인들로부터 세금 납부 용도로 돈을 받으면 그 세금을 다른 사람(가령 A의) 카드로 납부하고, A에게 그 돈을 주는 것임
- 그리고 피고인 2가 결제금액의 1-2%, 피고인 1이 결제금액의 5% 등 수수료 나누어 가지는 방식
- 이러한 방식으로 합계 222,521,378원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챙김(실 결제액은 상당히 많을 듯하네요)
관계 법령
구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2항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호.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통하여 자금을 융통하여 준 자 또는 이를 중개ㆍ알선한 자 가. 물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하거나 실제 매출금액을 넘겨 신용카드로 거래하거나 이를 대행하게 하는 행위 (2017. 4. 기준으로 위 조항은 제70조 제3항 제2호 (가)목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내용은 같습니다.)
법적 판단
처벌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대법원은 처벌 조항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므로, 위 조항 역시 다음과 같은 경우만 적용되어야 한다고 제한적으로 보았습니다.
위 규정은 신용카드로 대가를 지급할 실질 거래가 없음에도 마치 실제 거래가 있었던 것처럼 가장하여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실제의 거래금액을 초과하여 신용카드에 의한 결제를 하게 함으로써 자금을 융통하여 주거나 이를 중개⋅알선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
물품의 판매, 용역의 제공을 가장했다고 보기 어려워
그런데 일단 세금 납부라는 행위가 진짜인 이상, 실질 거래가 없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아무런 거래행위 없는 순수 카드깡과는 다르다고 보았습니다.)
실질적으로는 신용카드 명의자로 하여금 자금 융통을 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이더라도, 지방세 납부 거래가 실제로 존재하고 그 금액이 결제된 이상, 이를 물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경우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견
약간 묘한 판결입니다. 위 피고인들의 행위가 전혀 가벌성이 없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등기 의뢰인들과 관계에서 배임 등이 성립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구요(세금이 납부된 이상 손해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신용카드 회사가 카드대금을 결제받지 못하여 피해를 입게 되는 경우 카드 소지자가 사기로 처벌받겠지만, 위 피고인들이 공범으로 처벌받을 지는 미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