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과정에서 직접 만나지 않고 문서를 주고 받을 때, 내가 보낸 문서 내용을 상대방이 인정한 것인지 아닌지 다툼이 있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특히 ‘이의 없으면 동의로 알겠다’라는 구절이 있는 경우, 이를 당연히 동의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아래 판결은, 상대방이 계약 변경 내용을 수령하고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경우 그 내용대로 계약이 수정되었다고 보려면, 어떠한 요건이 필요한지 판단한 사안입니다.

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4다88543, 88550 판결

사실관계

① 원고는 2007.10.18. 피고에게 중고품 기계를 대금 165,000,000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 계약 대금은, 원고가 피고에게서 구입하는 원단대금에서 공제(차감)하기로 함

② 원고는 위 기계를 피고가 운영하는 공장에 운반ㆍ설치하기로 함. 기계이전ㆍ설치비용,원단대금의 결제방식 등 계약의 세부적인 사항은 계약서에 기재

③ 원고는 외화획득용원료ㆍ물품등구매(공급)확인서를 발급받고자 2007.12.30.피고에게 위 거래에 관한 원자재매도확약서(Offer Sheet)를 송부

④ 원고는 위 확약서에 기계대금을 원화(165,000,000원)가 아닌 미국 달러(179,640.69달러)로 환산하여 표시

⑤ 원ㆍ피고는 2008.1.위 확약서를 첨부해 외화획득용원료ㆍ물품등구매(공급)확인신청서를 작성하고 이를 구매확인서 발급사무를 위탁받은 은행에 제출, 여기에는 미국 달러(179,640.69달러)로 기재

 

법원의 판단

이의 제기 안한 경우 계약 내용 변경되었다고 보려면 필요한 요건

계약 체결 후에 한쪽 당사자가 계약의 내용을 변경하고자 계약 내용과는 다른 사항이 포함된 문서를 상대방에게 송부하고 상대방이 이를 수령하고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경우에 계약의 내용이 변경되었다고 보려면, 아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

• 거래의 종류와 성질,
• 거래관행,
• 발송한 문서의 내용과 형식,
• 상대방의 태도

중요한 변경시에는 더욱 신중하게 묵시적 동의 여부를 판단해야 함

이때 변경되는 사항이 이미 체결된 계약의 내용을 중요하게 변경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묵시적 동의를 쉽사리 인정해서는 안 됨

 

원심법원 판단(=대법원 판단)

이 사건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계약 내용이 변경되었다고 할 수 없음. 그 이유는

① 지급통화 변경은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 변경인데, 새로운 매매계약서 작성 안함

② 매입거래처 원장에는 (2차례 송부함) 원화로 기재되어 있음

③ 원고가 가압류신청사건에서도 피보전채권인 기계대금 채권의 청구금액을 원화로 산정하고 ,그 소명자료로 대금 잔액을 원화로 정산한 매출거래처 원장 제출

원자재매도확약서나 외화획득용원료ㆍ물품등구매(공급)확인신청서에 기계대금이 미국 달러로 표시되어 있고, 피고가 별다른 이의 없이 위 확약서를 수령하고 위 구매확인신청서를 작성ㆍ제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통화 변경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사견

변경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이상, 계약 내용이 변경되었는지는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하는 문제이고, 그 의사해석은 단편적인 자료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사정을 봅니다. 이 경우 계약 전후, 이행 과정에서 변경되었다고 하는 계약 내용을 전제로 어떠한 행위를 했는지가 문제가 될 것입니다. 제3자인 은행에게 미국 달러 표시가 된 문서를 제출했다고 하여, 당사자간에 이를 변경하기로 했다는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할 것입니다.